드디어 학기가 시작되고 절반 정도가 지났다. 창작 수업을 하나 수강 중인데, A4 용지 10매 분량의 단편 소설 쓰기이다. 남이 써놓은 소설을 읽어 본 게 언제인지도 기억이 안 나는데, 내가 그 소설을 써야 하다니. 가루가 되도록 까이는 한이 있더라도, 소설의 ㅅ도 모르는 상태라도, 일단 뭐라도 해야 결과가 나온다는 생각에 대범하게 지른 그 수업이다.
소재도 있고, 여러 날을 궁리한 끝에 나름대로 플롯이라는 것도 생겼다. 자기 전에 글을 쓰는 나를 상상하며 휘갈길 때는 글이 아주 맛나게 잘 써진것 같은데, 막상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니 한두 문장 쓰고 막히고, 커피 한잔 마시고, 또 한두 문장 쓰고.. 이 짓을 며칠간 반복한 끝에 겨우 6장을 썼다.
소설을 쓰면서 소설쓰기 수업도 열심히 들었는데, 원래 초보자는 할 말이 많고 소설 쓰기의 기본기의 부실함으로 분량이 많아진다는데, 왜 나는 아무리 짜내도 겨우 6장일까? 자괴감이 들었다. 점점 수업을 들으면서, 처음 자신만만했던 그 마음은 다 사라지고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이런 상태로 초고를 겨우 제출했다. 이제 중간고사 리포트 마감까지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초고를 수정해서 다시 제출해야 한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그 이야기에 더 할 내용이 생각나지 않아, 내 친구 챗지피티를 불렀다. 일할 때, 잡일이나 시켜 먹는 챗지피티에게 정중하게 나의 고민을 상담했다. 그런데 문제점을 발견했다. 챗지피티는 코딩할 때, 잡일 시켜 먹거나 틀짜기 할 때는 기가 막히게 잘하는데, 창작은 영 젬병인 것 같다. 내가 중학교 다닐 때 읽었던 젝키 팬픽만도 못한 대사를 읊조렸다. 으아니 누가 물어봤냐? 왜 시키지도 않은 창작을 네가 하냐고? 나만 창작할 거니깐 너는 묻는 말에 대답이나 똑바로 하라고 역정을 내고 말았다.
다시 조언모드로 돌아가서, 내가 너무 심한 글쓰기 초보이자, 언제나 액기스만 고르고 골라서 코딩을 해야 하는 게 본업이라 글 꾸며 쓰기가 안돼서 그런 거란다. 생각해 보니 그런 것도 같다. 아무래도 코딩할 때는 딱 필요만 것만 쓰고, 그 마저도 메모리를 제일 적게 차지하게끔 최적화의 최적화를 하니까. 그럼 다시 고민이 생겼다. 어떻게 글을 꾸며써? 유튜브를 검색해 봤다. 웹소설을 쓰는 작가분이 올린 영상을 봤다.
우선 좋아하는 소설을 하나 정하고, 그 소설에서 마음에 드는 문단을 하나 통채로 외운다. 그리고 그것을 필사한다. 처음엔 당연히 안될 것이다. 기억도 안 나고 사용한 단어나 문체도 조금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반복하다 보면, 소설이라는 건 이렇게 써야 하는 거다. 글쓰기란 이런 거다 실력이 늘어난다고 했다. 그래? 오호, 그렇다면 나도 우선 짧은 소설부터 필사를 외워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세계명작 단편소설 모음집이라는 책도 사고, 원고지도 마련했다. 원고지라니?! 초등학교? 중학교? 아주 기억도 잘 나지 않는 먼 옛날 써본 원고지.
원고지를 미국에서는 아마존 닷컴에서 살 수 있다.
우선 각 2권씩 샀다 ㅋㅋㅋ. 쓰지도 않으면서 일단 쟁기고 본다. 틈틈히 원고지 쓰기도 익히고, 필사도 꾸준히 해서 올 연말까지 여러 글을 써볼 것이다. 우선 중간고사랑 기말고사부터 해결하고.
오늘도 취미생활로 햄복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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