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학기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에 합격하였다. 이번이 학사편입으로 세 번째 편입학을 앞두고 있다. 경희사이버대는 두 번째로 편입학하는 곳이고 나머지 한 번은 한양사이버대학교이다. 이미 두 번의 사이버대학교 졸업을 한 유경험자로서, 사이버대학 이용(?) 후기를 작성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편입학 - 2019년 경희사이버대학교 일본학과
처음 편입학을 결심한 것은 일본어를 배우고 싶은 욕망이 들끓던 때였다. 온라인 학원을 다니며 JLPT를 준비하면 비용이나 시간 면에서 더 유리하지만, 학원은 학교보다 강제성이 떨어지고 무릇 언어라 함은 문화와 역사를 포함해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에서 기본이 다져진다고 생각해 사이버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
학교의 선정 기준은 내가 경희대학교 출신이라 경희사이버대학에 진학을 하기로 했다 (단순). 동문 장학금을 받으면 1년 동안 30%의 학비 감면이 있으니 얼마나 큰 혜택인가?!라고 생각하면서 지원했고 외국국적에 외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라 서류를 제출하는데 약간 어려움이 있었지만 사촌동생의 도움으로 잘 해결되어 진학할 수 있었다.
인성검사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였고 별문제 없이 입학했다. 수강신청을 하며 둘러보니 재미있어 보이는 수업이 많아 전공수업 이외에도 듣고 싶은 수업을 많이 신청했고, 그 당시 언어학에 꽂혀있던 때라 한국어교육전공을 부전공으로 하여 즐거운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중 몇 가지 수업을 추천해 보면,
- 일본역사의 이해: 우선 교수님이 수업을 너무 재미있게 진행하셔서 흥미진진한 옛날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푹 빠져서 수업을 들었다. 이전에 우연히 TV에서 본 오구리슌 주연의 노부나가 콘체르토 드라마를 보고 난 후라 정말 수업을 재미있게 들었다. 시험은 모두 주관식으로 교수님이 미리 문제를 알려주시면, 거기에 맞는 답안을 시험에 앞서 일본 역사서를 읽어보며 요약정리한 후, 시험시간 동안 작성하는 형태였다.
- 일본애니메이션의 이해: 일본인 교수님이 진행하는 수업으로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을 감상하고 평가하는 식의 수업이었다. 재미있게 본 일본애니메이션에 대해 리포트를 제출하는 것이 기말고사 과제였다. 평소 애니메이션을 즐겨보지 않지만 대학시절부터 대학원까지 몇 번이나 돌려본 세상 최고 재미있는 이누야샤의 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키쿄우, 카고메 그리고 이누야샤의 관계성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했던 기억이 있다.
- 한국어교육 전공의 한국어 관련 수업들: 여태껏 내가 알고 있던 한국어는 한국어가 아니구나를 깨닫게 해 준 엄청난 수업들이었다. 한국어교육 전공을 하는 사람들은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자격증을 딸 수 있게 되는지라 경쟁이 치열한 전공이었다. 수업에 등록한 학생들도 굉장히 많고 학습게시판같이 질의응답을 하는 곳은 북적거려, 정말 공부하는 느낌이 나는 수업들이었다.
결과적으로 완벽한 일본어 학습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일본 문화와 역사 그리고 사회를 포함한 전반적인 일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고 나도 모르는 사이 일본어 레벨이 높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한 한국어를 같이 배움으로써 두 개의 다른 언어에 대해 이해하고 나의 언어학(lingustic)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즐거운 학교 생활이었다.
두 번째 편입학 - 2023년 한양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어릴 때부터 심리학에 관심이 많았다. 우연히 시기가 맞아 심리학과를 지원해 보기로 결심하고 경희사이버대학을 제외한 학교들을 조사했고 그중 커리큘럼이 다양하고 복수전공으로 심리학을 할 수 있는 한양사이버대학교에 지원하게 되었다. 학사편입의 경우 1년간 20%의 등록금이 감면된다. 한양사이버대학교의 경우, 지원할 때 학업수행검사에서 수학문제를 풀어야 했다. 경희사이버대랑 비슷한 줄 알고 마음의 준비도 없이 그냥 시작했다가 놀래서 펜과 종이를 찾아서 끄적거리며 계산을 했던 기억이 있다.
이곳도 사촌동생의 협조에 힘입어 무사히 서류를 제출했고 문제없이 입학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본투비 이과생으로 자고로 답은 0 아니면 1이라 믿고 살아온 나의 삶에 시련이 닥쳤다. 특히 3학년 1학기 이상심리학 수업을 들을 때였다. 무슨 심리장애에 이렇게 종류가 많고 왜 내담자들은 하나같이 답답하고 나의 속을 뒤집어 놓는 것인지 수업을 들을수록 스트레스 수치가 치솟는 느낌이었다. 하.. 딱 정해진 답이 없는 상담의 세계란.. 1학기가 끝나고 성적은 아주 잘 나왔지만, 휴학하고 싶었다.
하지만 방학 동안 빈둥거리며 마음을 고쳐먹고 2학기에 등록했다. 대신 2학기에는 내가 듣고 싶은 수업으로만 꽉 채우자! 스트레스받을 것 같은 수업은 등록하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한 학기만 더 다녀보기로 했다. 다행히 듣고 싶은 수업들로만 채워진 2학기와 조금은 스트레스 역치가 상승한 덕분인지 무사히 2학기를 지나 4학년까지 마칠 수 있었다. 스트레스받는 만큼 재밌는 수업도 많았는데, 그중 몇 가지를 추천하면:
- 인지신경심리학: 교수님이 엄청 야무지게 잘 가르쳐 주시는 수업이고 다른 학교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과목이다. 뇌에 대해서 배우는데 가끔 대학원에 진학해 뇌에 대해 더욱 자세히 공부해 보고 싶다는 욕망이 들기도 하는 유용한 수업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침대를 뒹굴거리며 과자를 먹는 순간에도 내 몸과 뇌의 세포들은 열심히 일하며 나를 살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사실에 나도 생각을 고쳐먹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해 준 수업이기도 하다.
- 심리검사와 평가 1&2: 1년 동안 심리검사에 대해 배울 수 있다. 객관적인 검사, 이를테면 아이큐 테스트 같은 검사부터 주관적인 검사, 그림을 보고 느낌적인 느낌으로 의식의 흐름대로 얘기해 보는 검사까지 다양한 심리검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수업이고, 본투비 이과답게 숫자로 답을 채점하는 것을 배우는 수업이라 신나서 열심히 들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조금만 부지런했다면 검사결과를 도출하는 프로그램을 Python + LLM으로 만들어 봤을 텐데, 나의 게으름이 천적이다.
- 범죄심리와 프로파일링: 범죄자의 심리란 무엇일까? 그런 호기심을 채우기에 좋은 수업이었다. 부모와 사회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재밌는 수업이었다.
상담심리학부에 계신 교수님들의 수업을 듣다 보면 왠지 모르게 교회에 있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2년 동안 여러 가지 수업을 듣다 보니 다양한 사람에 대한 포용력이 조금은 생긴 것 같다. 특히, 어린아이들과 그 발달 과정에서 부모의 역할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기분 좋게 살기 좋은 세상이 된다는 깨달음을 얻는 좋은 계기가 된 경험이었다.
세 번째 편입학 - 2025년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이제 더 이상 학교는 다니지 말고 회사 끝나면 넷플릭스 보면서 팽팽 놀아야겠다 결심하자마자 갑자기 전문적으로 글쓰기에 대해 배워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특히 상담심리학과를 다니면서 세상에는 내가 상상도 못 했던 종류의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불안과 초조에 휩싸여 즐거운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배우고, 그런 사람들에게 어떻게 해야 나처럼 별생각 없이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을지 글로 전수해 주고 싶어 일단 지원을 할까 말까 오백번 망설이다가 했는데 합격하고 말았다. 세상이 좋아져서 이제 사촌동생의 도움 없이 바로 온라인으로 서류도 보내고 외국인이라 전형료도 면제받았다.
또다시 경희사이버대학에 진학하게 된 경위는, 문예창작학과를 개설한 학교가 얼마 없고, 경희대는 원래 국어국문학과가 유명하다고(?) 재학시절부터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동문할인!!! 30%!!!
학교 다닐 때 리포트 쓰고, 회사에서 끄적거리며 보고서를 써 본 것 외엔 글이란 걸 진지하게 써본 적은 없지만 앞으로 2년 동안 어떻게든 열심히 배워서 나만의 책을 출판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상으로 사이버대학교 후기를 마무리하고 핵심 내용을 표로 정리해 보면,
경희사이버대학교 | 한양사이버대학교 | |
편입학종류와 장학금 | 경희 동문 1년간 30% 감면 | 학사 편입 1년간 20% 감면 |
성적 장학금 | 1번 받아본적 있으나 동문 장학금과 겹쳐 포기 | 4학년 2학기 올 A+로 지급예정이었으나 졸업으로 취소 (전액 아님) |
성적 장학금 후기 | 일본학과 특성상 경쟁이 심한 것 같지 않음 | 올 A+ 받아야 성적 장학금 노려볼 수 있음; 상담심리학과 재학생이 엄청 많은 것 같음 |
학습환경 | 시험볼 때 윈도우즈만 가능해서, 노트북 새로 삼 | 맥북으로 시험보기 가능; 한국 낮시간에 미국에서 접속시 엄청 느림 ㅠㅠ; 아이패드 세로보기로 접속 |
전공 | 주전공 일본학과, 부전공 한국어교육 | 주전공 상담심리학 복수전공 심리학 |
공부가 취미생활의 하나인 사람들은 사이버대학교에 진학해서 꾸준히 공부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수준 높은 수업도 듣고, 중간에 방학이 있어 약간 놀 수도 있고, 또 끝나고 나면 학사학위도 생기니 얼마나 훌륭한 취미생활인지 모르겠다.